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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일 부러운 이야기

일반문학/경 수필

by 해맑은 미소 2013. 2. 2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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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이야기.

                                                                         - 정경미 -

 

맑은 가을 햇살이

하얀 콘크리트 벽을 타고 내리는 오후

며칠전  전화로 약속 했던 곳으로

우린  발길을 옮겼다.

 

긴 그림자가 드리운  창가엔

느린 걸음으로  배회하고 계신

하얀 환자복에

창백한 얼굴을 하신 할아버지 모습이 보였다.

우린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종이 가방 안에서

이것 저것을 꺼내어 할아버지께 내 놓았다.

" 뭘  이렇게 가져왔남~"

할아버지는 멋쩍게 웃으시며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 와 준것 만도 고마운데!"

하시며 우리 일행을 반겨주셨다.

 

할아버지와 인연을 맺게 된것은

우연한 모임에서였다.

 

그때는 참 많이

멋있던 분이셨다고 기억이 된다.

젊어서부터

 일선에서 최선을 다 해서 일하다 보니

작은 사업체까지  운영하셨다고 한다.

세 자식을 모두 출가를 시키고 나니

어느덧 하얀 백발이 되었단다.

일선에서 물러 나  소일꺼리로

취미 생활을 찾다

청년시절  글을 쓰다

그만 둔게 아쉬움으로 남아

황혼에서야

글쓰기 반에  문을 두드린다며

우리와 함께 하게 되었고

무척이나 열심히 습작 생활을 즐기시며

지나온 삶의 지혜를 친절하게 들려 주었다.

그런데

나이는 어찌 할 수 없으셨던지

노인성 질환으로 병원에 계시게 되었다.

 

 

 

 

어색하던 분위기가  편해지자 

할아버지께서는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게 뭐냐며 말꼬리를 이으셨다.

 

" 매일

 이렇게 창가를 서성거리며

저 아래  

공원 구석진 자리에서

솜사탕을 팔고 있는 허름한 저 사람이

참  부럽다." 하셨다.

 

눈. 비오는 날만 빼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낡은 수레를 끌고 와서

한발로 페달을 밝아 

하얀색. 분홍색  솜사탕을 말아서

지나가는 어린 아이. 젊은 연인들에게

꿈을 주는  솜사탕 장사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고 했다.

 

건강할땐

몰랐다며

매일 걸어서 어딘가로 간다는 걸

누군가에게 

매일 기다림이 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병원에서야 알게 되었다면서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솜사탕 장사라며 

힘 없이 웃으시는 걸 보며

알 수 없는 싸한 게 밀려왔다.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얼마나  고독하셨을까.'

우린 할아버지 말씀에 공감을 하며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잊고 살았던

일상의 평이함을

세삼 감사하게 느끼고 돌아왔던 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julia의 창가에서

- 20130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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