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빛 도시엔
- 정 경 미-
알 수 없는 바람만 분다.
애매한 가로수들은
휠 듯이 휘청거리고
오가는 발걸음만 부산하다.
옹색한 얼굴들은
허탈한 휴선처럼
푸념만을 내 뱉으며
서로의 어깨를 빗겨갈 뿐
종국을 향해 달리는 기차처럼
참을 수 없는 생채기는
흐릿한 그림자 위로
퇴색된 청춘을 말리며 달린다.
낯선 거리마다
왜곡된 침묵만이 흐르고
무거운 커튼사이로
이방인의 빈 손짓이
무색하기만 하는데
도시는 마치 휴가를 얻은 듯
이색적인 차림새들만 가득할 뿐
불투명한 얼굴들만이
희미한 소실점을 향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