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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거노인의 미소

일반문학/경 수필

by 해맑은 미소 2007. 8. 2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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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의  미소.

 강원도 강외면에서 외롭게 살고계신

 아흔의 노 할머니 이야기다

 

 멀리서 찾아온 나눔의 손길을 반기는

노 할머니의 투박한 손마디는             

살아온 날들을 묻지 않아도 짐짓 알수 있을것 같았다         

 

 할머니의 첫마디는             

 '일평생 호사스럽게 살아보지 않아서

그저 이렇게 찾아 준 것 만도 고맙지.그려" 

 

불편하신 몸으로 우리 일행을 반기시는

노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입가엔             

 어린 아이 같은 미소가 번지며

눈가에 고인 눈물은 지금도 잊을수 없다.

 

           

 

 

 

잠시후, 일행들은 둘씩 나누어

할머니의 침구류를 세탁하고 어설픈 살림살이를

정리하며 가지고 간 음식으로 점심상을 차려드렸다         

 

갑자기 찾아온 일행들을 부담스러워 하시던

할머니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지나온 세월의 무게를 두서 없이 풀어내기 시작했다       

 

연신 눈시울을 닦으시며

'구십평생 처음으로 받아본 큰상이구려' 하시며

한참 숫가락을 들지 못한채

차려진 음식만을 바라보고 계셨다     

   

97세의 연로하신 노할머니의

가녀린 모습을 뵈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설마 가족이 없으시겠는가

시 자신의 모습 때문에 가족들에게

피해나 가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자식도

친척도 없다고 하신다

 

 

 노 할머니는 구십평생을 홀로 힘겹게 살아왔다며

'모진 인생 이렇게 질기기도 하지'

구차한 자신의 현실을 원망 섞인 목소리로              

머리를 감겨 주는 일행에게 미안해 한다          

 

 마른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주는 손길이

 고마우신지 '시원하구먼, '좋아' 

 두마디로 고마움을 전할 뿐이다           

 

거울을 보며 깨끗한 모습을

힐끗힐끗 흘겨보시며 안색이 좋아 보였다       

 

그 런 노인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짠한 마음에 가슴이 무거웠다           

 

어르신에게도

젊은날의 푸르던 시절이 어찌 없었으리!       

      

감히 자신의 치부를 남의 손에  맡기지

않으면 안될 정도가 될 줄 짐작이나 했을까!             

 

어르신 역시 일상에서

앞만보고 달려 왔을 것이다   

       

오랜 세월을 바쁜 일상을 거듭하며

사랑하는 이들과의 예기치 않은 이별을 반복하

홀로 남겨졌으리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저마다 화려했던 순간들이

영원 할거란 착각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아무리 자신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 둔다 해도

그것은  닥쳐봐야 알 일인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우린 아무 말이 없었다 .

 

  

         20070829

   -julia의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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