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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 34. 허름한 가방에서

일반문학/경 수필

by 해맑은 미소 2024. 8. 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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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가방에서.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던 날
시낭송이 있었다

봄.가을이면  

책상 앞에만 있던
문인들의  

운치있는 나들이다

원근각처에서 
한 자리에 모이는 날

취미로
연주하는 분들은
연주도 하고

고운 목소리로
낭송도 하며
오랜만에
어울림 마당을 열리던 날


차량 봉사를 하게 되어
처음 알게 된 어르신이다

초라한 행색에
처음에는
일행이 아닌 줄
착각을 했던 그분은

목적지에 도착 할 때까지
뒷 자석에서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식당에 도착하여
식사를 하게 되었고

식사 도중 또 한분이
지하철역에서 기다린다는  
전화를 받게 되어

식사를 대충 하고  
주차장으로 가려는데
그분께서 따라 나오셨다

차에 가방을 놓고 왔단다.

얼른 차에 가서
가방을 찾는데 깜짝 놀랐다

가방이 너무 허름했다

그런데 그분께서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시더니


빳빳한 지폐를 꺼내
식사비를 

계산하고 계셨다

얼떨결에

벌어진 상황이라
뻘쭘 했지만


황급히 지하철역으로
갔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시간은 흘러  
다시 그분을 뵙게 되었다

항상 뒷전에서  
회장님 의견에

묵묵히 따르시고
조용하신 분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평생을 목회자로  
근검한 목사님이었고

퇴직 후에는
지인의 소개로
문단 행사를  

묵묵히 지켜보는 재미로
그렇게 보내셨단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사양을 하시고


행사에만 

빠짐없이

참석하셨는데

얼마 후
지인에게
그분 소식을 들었다

그분이 예전부터
몸이 편찮았단다.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회장님의
초대 때 마다


마다않고

먼 거리까지

참석했다고

결국은
일 년 전에
영면 하셨단다.

마지막 날 가족들에게 

아무에게도
자신의 소식을 말하지 말라고

'잘 살았으니 조용히  떠난다고"
신신 당부를 하셨단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그 분의 순수한 눈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허름한 가방에서 꺼낸
깨끗한

하얀 봉투가 생생하다

요즘은
너도나도
내세우기를 좋아하고
마지막 가는 길에도

sns 링크까지 걸어서
친분이
있든 없든
모두에게 소식을 전하는데

자신의

때를 알고
침묵하시던 모습

목회 하실 때
쓰시던
허름한 가방

문인들의
노고를 알고

메밀국수
한 그릇 대접하시던
깨끗한 지폐가  

 

어제 일처럼
클로즈업 되어
잊혀 지지 않는다.

 

 

     20240825
ㅡjulia의 창가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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