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 정경미-
잠이 덜깬 듯한 아침 바람은 주춤거리며 길을 따라 나선다.
에스라인을 그리며 달리는 도로 위엔
지난 가을에 다녀 온 영평사 구절초 무덤들이 꿈틀꿈틀 시야를 좁히며 다가들고
나즈막히 들리는 음악처럼 철 지난 추억의 꼬투리만 바이올릿빛 바람이 되어 파란 신호를 기다리며 서성이는데
바람을 가르며 걸어오는 가을의 신부는 하얀미소 지으며 영혼의 안식을 향한 순백의 꿈을 그린다.
- 09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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