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년 9월엔. - 정경미 -
가난한 심연의 한자락을 꼬옥 쥐고서 나만을 위한 호사를 누리고 싶다.
해묵은 책꽂이 귀퉁이에 옹색하게 끼어 있는 젊은 베르테르에 슬픈사랑의 시어들을 조근조근 곱씹으며 마치 잃어 버린 시간속에 갇힌 내 사랑인것 처럼 열렬한 나르시즘에 빠지고 싶다.
자고 나면 높아만 가는 코발트빛 하늘가에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란 걸 작품을 낱낱이 탐색 해 가며 빈약하기만 한 내안의 나를 찾아 사치스러운 반문들로 빈 시간을 채우고 싶다.
9월엔 한낮의 햇살아래 펼처지는 현란한 거리의 색채 쇼를 바라 보며 감추어 두었던 내밀한 반란의 틀안에 09년의 독특한 가을 한자락을 센티한 나이테 한 금을 짙게 그려 두고 싶다.
- 09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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