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유연해지는거야.
- 정경미 -
요 며칠 환절기 알러지로 고생을 했다. 오늘 아침은 몸이 가벼웠다. 넓은 창가에 걸린 파란하늘엔 뭉게뭉게 피어나는 흰구름이 자꾸 손짓을하는것 같아 자리를 털고 가벼운 산책길을 나섰다.
집 가까운 사찰을 찾았다. 이사를 온 후로 내집처럼 드나드는 곳이다.
매번 느끼는건 좋다는것과 감사하다는 것이다.
집 가까운 곳에 넉넉한 절집이 있다는것은 내 인생에 있어 작은 행복인것이다.
종교를 떠나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조용한 이 사찰은 마치 나를 위한 정원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지인들이 오는날엔 찻집을 찾을 필요없이 이 절집으로 발길을 돌리며 자랑하느라 내심 뿌듯해 하곤한다.
도착한 사찰엔 몇해 동안 얼굴을 익힌 보살님들이 환한 미소로 반겨주고 있었다.
두어시간 코끝을 스치는 바람을 가르며 움추린 몸을 풀었다.
다시 제자리에 돌아 왔을 땐 좀 전에 반겨주던 보살님이 커피 한잔으로 넉넉한 인심을 베풀어 주었다,
정말 편안한 곳이다.
바쁜 친구를 찾을 필요 없이 언제고 훌쩍 올라 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변함없는 미소로 반겨주시는 보살님들이 있어 더 좋다.
"절은 바람처럼 왔다 바람처럼 가는 곳이라" 며 오늘은 점심공양을 하라신다. 신도가 아니라고 거절을 하자
혼자 오신 어르신 한분이 같이 가잔다.
어색한 마음반 호기심반으로 식당으로 갔다.
줄을 서 있는 신도들 틈에 끼어 점심공양을 했다. 후식으로 수박 한쪽까지 잘 먹고 나니 부러울께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 어르신을 버스정거장까지 모셔드리고
집으로 오는동안 많이 변한 내모습에 자꾸 웃음이 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비위가 약해 아무리 권해도 뿌리치고 돌아섰을텐데...!
조금씩 조금씩 천연해져 가는 내모습에 그냥 가는게 아닌 모양이다.
~ 아침 산책길에서 ~
- 090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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