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말 한마디엔
- 정경미-
며칠전 신부님께서
축성을 해 주시려 오셨었다.
신부님의
정성이 담긴 축성을 마친 뒤
간단한 담소를 나누게 되었는데
집안에 걸린 그림들을 보신
신부님께서는
유년의 기억을 더듬으시며
이야기를 꺼내셨다.
어린 시절 집안이 가난하여
크레파스가 없었다 하신다.
그런데 부자집 짝꿍은
좋은 크레파스를 가지고
그림을그리는 걸 보며
어린 마음에
어찌나 부러웠던지,
하시며
허탈한 웃음을 지으시며
계속 이야기를 해 주셨다.
하루는
옆 짝꿍에게 크레파스를
빌려 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친구가 먼저
그림을 그리고 난 후
빌려 줄 때까지
도화지에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고 기다리는데
선생님께서 다가오셔서는
"종수 너는 왜 그림을 못그리고 있느냐!
그 순간
어린 마음에
얼마나 두렵고 놀랐는지
그후로
미술 시간만 되면
두려움에 아무것도
그릴수 없게 되었다 하신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림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씁쓸하게 웃으신다 하시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부럽다며
잘 해 보라 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속에서
싸~한
연민의 정이 느껴져 왔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그 분의 아쉬워 하시는 모습이
아른거리면서
어린시절
선생님의 말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다시 한번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린 살아가면서
한치의 혀로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며
주위를 힘들게 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더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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