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
- 정경미-
가을 햇살에 반사 된
눈부신
호수처럼
그랬답니다.
강의실에서
진지한 표정을
본 순간
앞뒤 생각없이
사랑을
하게 된
어느
겨울날
도서관 문을 나선
순간
쌀쌀한 밤바람에
종종거리는
내게
다정하게
팔장을
끼어
주던일은
말할 수 없는
포근함이었답니다.
얼어붙은 발걸음은
인근
포장마차로
향하고
이천원짜리
홍합국물에
추위를 녹이며
소탈한
이야기꽃으로
시간 가는줄
모를만큼
진지했답니다.
비록
호주머니엔
버스표
한 장
딸랑
남겨 두었지만
끝없는
풍요로움은
봄빛처럼
따뜻했던
사랑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