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윤씨 할아버지 이야기

일반문학/경 수필

by 해맑은 미소 2008. 2. 25. 16:35

본문



 

 

 

 

윤씨 할아버지 이야기

 

                                          -정경미-

  

 일월의 겨울 햇살이 졸고 있는 주말 정오였다.

 

윤씨 할아버지에게는

오남매의 자식들이 있었단다.

그런데

맏 아들이 해외근무를 하면서

동생들 모두 일찍부터 유학 생활을 하게 되어

 

윤씨할아버지는

작은 임대 아파트에서 할머니와

노후를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조금 늦은 감이 든 일행은

죄송한 마음으로 현관 초인종을 눌렀다.

 

허리가 구부정한 윤씨 할아버지는

지친 모습으로  문을 열어 주었다.

 

'할아버지 저희가 좀 늦어서 화나신거예요'

 

일행 중 붙임성이 좋은 후배가

금방 불호령이 떨어질 기세인

할아버지 팔을 붙들며 응석을 부렸다.

 

윤씨 할아버지는

수선을 피우는 일행들은 보면서

거실 바닥에 다시 앉으셨다.

 

우린

열평 남짓 된 실내를 청소 하느라 부산스럽게

이리저리 움직였다.

주방이며 목욕탕 청소에

모두들 바빴다.

 

몇시간 만에 집안을 깨끗이 치우고

벽에 걸린 옷가지들을 정리하자

가만 지켜만 보시던 할아버지는

 

옷걸이에 걸린

빨간 모자를 집어 들면서

혼잣말로 중얼 거리신다.

 

    '이건 불쌍한 우리 마누라꺼여!'

 

윤씨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쓰시던

 빨간 모자를 움켜 쥐고

 몇해 전 돌아가신

할머니를 추억하고 계셨던 것이다.

 

할아버지 말에 의하면

 할머니는

자신 때문에 평생을 고생만 하시다가

삼년전 간암에 걸리셔서

발병 후 한달 만에 돌아가셨다 한다.

 

젊었을때

  할아버지가 하시는 일마다

 실패를 하게 되어

할머니께서 재래 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시면서

오 남매 교육 시키고

양육을 책임 짓느라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한 적이 없었단다.

 

그러던

어느해에

장성한  맏 아들이

해외 파견 근무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선물로 가져다 준 빨간 모자를 받고

얼마나 기뻐하던지...!

 

 

할머니는 한동안 아들이 준 선물을

장농 안에 넣어 두고 

아들이 보고 싶을 때면

꺼내어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

다시 장농에 보관 하셨단다.

 

 

할머니 몸이

병으로 점점 더 나빠지게 되자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미안 하시다면서

그때서야 꺼내어 쓰시다

 한달 만에 세상을 하직하셨다 한다. 

 

윤씨 할아버지는

아직도

할머니 체취가 묻어 있는

그 모자를 간직해 두고

할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때면

 모자를 꺼내 들고

눈시울을 젖신다고 하신다.

 

집안 청소를 다 마친 일행에게

윤씨할아버지는

한가지 부탁을 한다고 하셨다. 

 

"평생 고생만 시킨 마누라에게

미안해서 단 한번도 사랑한단 말을 못했다고'

  

 하시며

사는 동안 서로 사랑하며 살라 하신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라 하신다.

 

자신처럼

혼자 남아 후회하지 말라며

   당부를 하신다.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으로 모두들 말이 없었다.

 

 

 

 -독거 노인을 찾아서-

  

 

"작은 나눔의 봉사를 한 것보다

그들에게 얻은 것이 더 많은 시간이었다."

  

 

 

 

 

 

 

'일반문학 > 경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랑새  (0) 2008.03.13
소박한 점심 식사  (0) 2008.03.13
삶이라 한다지만  (0) 2008.02.24
우울한 만남  (0) 2008.02.24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투명한글  (0) 2008.02.2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