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만남
- 정경미 -
아직도 서릿빛 바람이 부는 거리엔
잔뜩 웅크린 사람들의 그림자만이
휭한 가로수 사이로 길어만 간다.
불안한 상상은 지울수 없지만
총총총
한 손엔
과일바구니를 들고
신관 2062호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실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쾌쾌한 알콜 냄새와 함께
그의 핼쓱해진 안색은
긴 간병으로 힘든 모습이 여실 했다.
하얀 모자를 쓴 어린 아들은
환자복을 입은채
입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처음본 얼굴이지만
또랑거리는 눈망울이 슬퍼보였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다 보며
무언의 눈인사를 나누는데
갑자기
멍멍한 속울음이
목줄기를 타고 내렸다.
잠시 밖으로 나왔다.
그는
일회용 커피를 뽑아 왔다.
창가에 서서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밖은 저렇게
화창하기만한데...!
'이제 겨우 열 한살 밖에 안 되었다는데
몹쓸 병마와 싸워야 하다니.'
난, 커피를 다 마시지 못했다.
'내일이면 퇴원해야 해'
'그럼 완치 되었나요?'
'......'
그는 잠시
안경을 벗으챈 고개를 돌렸다.
'얼 마 남 지...!'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말 없이 먼 하늘만 바라본다.
평상시 큰 단체를 이끄시던
카리스마 넘친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곁에 계신 지인의 말에 의하면
슬하에 아들만 둘이라서
맞벌이 하면서 일찍부터
독립적으로 키웠다 한다.
어릴때 부터 입이 까다로워
뭐든
잘먹지 않아 그려러니 했든게
병을 놓친 거라며
맨 가슴을 치며 후회를 하신다 한다.
검사 결과
백혈병이란 판정과 함께
너무 늦었다 한다.
육개월 전에 이미 알았지만
우리들에게는 이제서야 알린 것이란다.
'그만
보내야 한다고
시간이 필요 했다고' 한다.
우린 떨고 있는 선배님을 안고 한참 울었다.,
어찌할 수 없는 이 현실을 ...!
겨우 초등학교 5학년 밖에 안된
둘째 아들을
멀리 떠나 보낼
준비를 한다 하니 말이다.
모두들
갑작스러운 슬픔에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었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처절하게 울부짖는
선배님의 조금 전
모습을 놓을 수가 없었다.
'3월10일은 그 아이의 생일이라고'
하던
선배님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슬픈
메아리 되어
이월의 밤하늘에
황망하게 울려 퍼져갔다.
내일 떠날
2박 3일의
마지막 여행 길에
아무일 없길
무사히 다녀 오시길 기원 해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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