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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의 회환

일반문학/경 수필

by 해맑은 미소 2008. 2. 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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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의 회환

 

                                       

김할머니는 칠십평생을 생활비 한번 타 쓰지 않고

살기를 소원을 했다 합니다

 

할아버지께서 워낙 구두쇠인데다

열 일곱살에 시집을 오신 할머니를 믿을 수 없어

칠십 평생을 할머니에게 푼돈만 주셨다 합니다

 

김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고

칠십평생을 자식들이나 손자들에게

인심한번 못 써본게 한이 맺혔다는 겁니다

 

그러던 어느해 구두쇠 할아버지가 세상을

하직하게 되었답니다

슬픔도 뒤로 하고

할아버지 유품을 정리 하던차에

자주 입고 다니시던 양복 안주머니에서

여러번 접어둔 이만원이 있었답니다

 

김할머니는 그 이만원을 들고

한동안 눈물을 흘리시며

'이런 영감이 죽을 때까지 나를 믿지 못하고

이 이만원을 호주머니에 있다는 말도 않고

무정하게 가 버린겨!'

 

하시며 여러날을 돌아간 할아버지를 원망하며

눈물을 흘리셨다 합니다.

 

김할머니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한 할아버지가

한없이 원망스러워 매일 할아버지 영전사진을

보며 욕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 할머니를 지켜 본 칠남매 자식들이

할머니에게 한달에 한번씩

용돈을 십만원씩 드리기로 했답니다

 

할머니의 회환을 달래주기 위한

자식들의 방편이었지요.

할머니는 남편에게 대접받지 못한 서러움도

차츰 풀리던 어느날.

할머니 건강상태가 좋지 않게 되었답니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일은 다 잊어버린

할머니가 돈에 대한 집착만은  더 심해졌답니다

 

자식들이 매달 꼬박꼬박  용돈을 드렸는데도

자식들만 보면 돈을 안 준다고  욕을 한다는겁니다

 

그럴 때마다 자식들은

만원짜리 한장을 손에 쥐어 드리면

조용히 잠을 주무신다는 겁니다

 

할머니는 정신을 놓은 상태에서도

돈에 대한 집착만큼은

누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더 강했던 겁니다

  

그렇게 삼년을 시설에서

쓸쓸히 치매와 싸우면서

남의 정신으로  생을 연명하시던

김할머니가 칠레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어느 봄날, 한낮에

조용히 숨을 거두게 되었답니다

  

자식들이 김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며 모두들

울음바다가 되었답니다

 

할머니가 시설로 가신 뒤

한번도 빨지 않은 베개 속에서

한뭉치의 돈다발을 발견한 것입니다

 

김할머니는 자식들이 주고 간 돈을

모두 베갯 속에 넣고

아무도 못만지게 했던겁니다

  

그리고 돈 뭉치안에

꼬깃꼬깃한 누런 종이에 이렇게 써 있었답니다

 

 '이 돈 은 모두 내 꺼 여!" 

 

삐뚤빼뚤 쓰여진 글씨를보면서

시설 안은 한동안

눈물 바다가 되었다는 겁니다.

 

 

    

- 시설에서 여생 을 마감하신 치매에 걸린

        김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랍니다.-      

 

 

        -julia의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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