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비
-정경미-
새우 잠을 깨우는 소리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창밖을 서성입니다.
온통 회색빛으로 잠겨 있네요.
하얀 물 안개인줄만 알았거든요.
잠이 덜 깨인 모양입니다.
조금씩 확연해지는건
창문을 타고 내리는 차가운 눈물이었습니다.
간밤에 무거운 카페 문을 뒤로하고
바람처럼 먼길을 떠나는
그대의 뒷모습이 너무 아파서
한동안 물끄러미
찻 잔만 바라보며
꼼짝 못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두툼한 숄을 둘러 봅니다
주전자엔 김이 모락모락 피워 오릅니다,
슬금슬금 창문을 타고 내리는
한 물기는
온종일 멈추질 않습니다.
시린 창문 앞을 서성이며
낙서를 합니다.
잊 어 야 하 나
스 치 듯.
그토록 따뜻하기만 하던
그대가...!
밖은 아직도
겨울 비가 내립니다.
그렇게
긴 하루는 스처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