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이월의 초상
- 정경미 -
조금씩 철이 들면서
십 이월이면 가슴 한켠으로 부터
스산한 바람이 분다.
회색빛 거리엔
싸한 바람만
예민한 후각을 자극하며
귀로 길 사이로 등을 떠 민다.
지난 가을 내내 화려했던
잎새들의 언어는
조석으로 떠날 채비를 서두르더니
이젠
흔적 없이 사그라들고
차가운 이슬만 가녀리게 떨고 있다.
무성한 잔 가지엔
촛점 잃은 시선들만이 배회를하고
황량한 고독은
시린 밀어의 눈물로
서리꽃만 흩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