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새의 속 엣말.
1.
이름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얼굴을 모른게
아닙니다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눈빛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속 엣말을 나누지
못했던 겁니다
허물없이
가까이 만난대도
막상
할 말은 못하고
그냥
흩어졌을 뿐입니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겁 난
눈빛으로
후르르
날아 가 버렸던 겁니다
2.
우연히
만난대도
서로가
먼발치에서
잰 걸음으로
종종 거리다
뭐라
말을 걸까
망설이다
돌아섭니다
수많은 시간은
그냥 그렇게
속절없이
흘려 버렸지만
아직도
그 이름
알 수 없습니다
얼굴도
모릅니다
소슬 길 작은
돌멩이처럼
길섶에 뒹구는
나뭇잎처럼
흔들리는
전선줄에 닿을 듯
그렇게
스칩니다
정작
마주 할 수는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3.
쓸쓸한 무대엔
빈 그림자만
허공을 향해
손 사례 짓할 뿐
어제도
오늘도
숨이 차도록
애타게 부르는
무명 새의
속 울음만
LP판에
차곡차곡
스미고
속절없는
세월만
구구절절
반복하며
영민함만
이어갈 뿐입니다.
20240102
- julia의 창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