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바람 소리
- 정경미 -
휭 한 거리 마다
초점잃은 시선마다
스산한 그리움만
가득 합니다.
화려했던
지난 시간들은
부질없는
언약식만을 남겨두고
빛바랜
시간사이로
미끄러져 갑니다.
용추계곡의
폭포수처럼
소란스럽던
여름날의 함성들도
이젠
한 풀 꺾인 듯
밤낮으로
사그라 듭니다.
희미했던 풋사랑도
작은 불티를
날리며
허무 속으로
꺼져가고
연인들의
빈가슴사이로
아련했던
추억들만이
가을빛
그리움들로
붉은 띠를 두르며
하염없이 깊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