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부부의 부부싸움
- 정경미-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을 하든
그렇지 않든 서로 만나
동고동락을 하다보면
좋은 날도 많겠지만
때론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로
잦은 마찰도 있기 마련이라며
하얀 얼굴빛을 보이신
할머니께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집안일로
다투실일이 있을 때면
할아버지께서는
다른 날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말씀을 하신단다.
"잠깐 밖으로 나갑시다."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시면
할머니도 뒤따라
아무일 없는듯
할아버지가 불러 놓은 택시에
올라 타신단다.
"무조건 달립시다."
한시간 정도 달리다
한적한 전원풍경이
눈에 들어올 쯤
택시에서 내려
묵묵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골길을 걸으시며
사람들이 드문
논둑길로 접어 들면서
상기된 목소리로
집안일을
이야기 하시며
한참을 열을 올려
다투신단다.
그렇게 서로 옥신각신
자신의 생각을
다 털어 놓고 난 뒤에는
할아버지께서
먼저
할머니의 상한 마음을
보듬어 주시며
조용히 아무 일 없는 듯
태연하게
집으로 돌아오셨다 한다.
노부부는
서로 다투실 일이 생길때마다
집밖으로 나오셔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투셨다 한다.
집안에서
부모가 큰소리로
다투는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인다는 것은
부모의 위신이 아니라며
칠십평생을
자식들 앞에선
오손도손
좋은 모습만
보여 주셨다 한다,
자식들은
지금도
두분이 싸우신다는 것은
상상을 못한단다.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포근한 모습에서
칠십평생 다복하신 삶이
전해오는것 같았다.
두분의 아름다운 삶이
오래오래 간직되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