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부부의 부부싸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을 하든 그렇지 않든
서로 만나 동고동락을 하다보면
좋은 날도 있겠지만
때론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로
잦은 마찰도 있기 마련이라며
하얀 얼굴 빛을 보이신 할머니께서
나긋나긋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때때로 집안 일로 의견이 달라
다툴 일이 생길 때면
할아버지께서는 다른 날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말씀을 하신단다
"잠깐 밖으로 나갑시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먼저 밖으로 나가시면
할머니도 외출준비를 하고
조용히 뒤따라 나간단다
두 분은 아무일 없듯
미리 집앞으로 불러 놓은
택시에 올라 타며
"무조건 달립시다."
할아버지는
아무곳이나 가자한단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한적한 시골풍경이
한 눈에 들어올 쯤
택시에서 내려
비좁은 길을 걸어가며
묵묵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논 길을 걷다 사람들이 드문
오솔길로 접어들면 때
바로 이때다 하고 말이없던
할머니가 먼저 상기된 목소리로
집안 이야기를 시작하면
할아버지는 저 만치 걸어가며
가만히 듣고 있고
할머니는 잔뜩 긴장된 얼굴로
울그락 불그락 열을 올린단다
한참을 그렇게 옥신각신
자신의 생각을 다 털어 놓고
난 뒤엔 할아버지께서
먼저 할머니의 상한 마음을
보듬어 주시며
조용히 아무 일 없는 듯
태연하게 집으로 돌아 오신단다
노부부는
서로 다툴 일이 생길때마다
집밖으로 나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투셨단다
집안에서 부모가
큰소리로 다투는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인다는 것은
자식들 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된다고
자식앞에 부모의 위신이 아니라며
칠십평생을 자식들 앞에선
오손도손
좋은 모습만 보여 주셨단다
자식들은
두분이 싸우신다는 것은
상상을 못한단다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포근한 모습에서
칠십평생 다복하신
삶이 전해 오는것 같았다
두분의 아름다운 삶이
오래오래 간직되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julia의 창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