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야기 2 - 정경미 -
앙상한 가지 위엔 이름모를 새들의 울부짖음만이 스산한 창공위로 메아리 되어 흩어집니다.
아무도 오지 않은 텅빈 성지엔 고즈녁한 상념들이 지나간 시간 사이로 깊어만 갑니다.
모진 비바람에 떨어진 나뭇잎들은 조금씩 고갈되어 길 가장자리에 둔덕을 이루며
새 봄 맞을 준비로 어두운 토양 밑에서 서서히 자양분이 되어 갑니다.
세월은 말없이 그렇게 어김 없는 시간 사이로 빗겨가나 봅니다.
여름날 우리에게 안식이 되어주던 고목의 나이테처럼 말입니다.
사방으로 스치우는 찬바람을 맞서려 작은 손으로 두 볼을 감싸지만
이미 체온을 빼앗겨 버린 뒤라 소용이 없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둔탁한 발걸음만
상념을 깨우며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숨어듭니다.
차갑게 얼어 버린 저 태양도 회귀본능 앞에 고갤 숙인 채 잰 걸음만 부산히 재촉합니다.
겨울은 또 다른 봄을 잉태하기 위한 자궁인가 봅니다.
시린 산 그림자 뭇시선을 외면한 채 다소곳히 예정된 분만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섬세한 내공을 뿌리 내리며 성숙한 시간의 탑을 차곡차곡 쌓아 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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