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센치한 날엔
-정경미-
의식이든 아니든 자리를 털고 그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찰랑거리는 콜크 문을 밀어 내면 브라운빛으로 드리운 실내!
아늑함이 묻어난 편안함으로 야윈 어깨를 감싸며 다가온다.
아직도 자르지 않은 그의 긴 머리카락! 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가녀린 미풍에 찰랑거린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가지런히 쓸어내리는
그가 있다.
좁은 창가에 드리운 노을빛에 반사된 창백한 그의 얼굴은 더욱 더 파리하게 여위어 보인다. 하지만 멋스럽다.
말없이 다가온 그에게서는 진한 향기가 풍긴다.
짙은 원두향이 베인 그의 옷깃엔 보이시한 낭만이 꿈틀거리고 조심스럽게 스치는 발걸음엔 희끗한 갈색부츠에 박힌 찡소리만 속삭일뿐이다.
수해 동안 그는 그렇게 그자리를 지키며 섬세한 감성을 더욱 설래이게한다.
그는
브라운빛 가을이다.
에스프레소 향이다.
이렇게 센치멘탈한 가을이면 그런 그를 잠시라도 만날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는 그렇게 가을인채로 해를 거듭하며 숲속의 고목같은 영원한 보헤미안 이다.
이 가 을! 보 고 싶 다!
과묵한 그의 모습. 창백한 얼굴을 붉히는 수줍음. 그에게선 맑은 시어들이 춤을 춘다.
찰랑거리는 갈색 머리카락! 메탈 찡이 박힌 그의 조끼와 탈색된 청바지! 그리고 반 부츠! 소가죽으로 된 퇴색된 목걸이와 팔찌!
그는
영원한 로맨틱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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