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손편지28. 교장 선생님의 사랑법.

일반문학/경 수필

by 해맑은 미소 2024. 8. 14. 22:42

본문

 

                          - 부암동 창의뜰 한옥카페-

 
교장 선생님의 사랑법.

우연히 알게 된 사연이다

그때는 다른 일로 
여유가  없어
듣는 둥 마는 둥 했는데  

기억 속에서 생각나게 하는
어르신의 사연이다

그분은 삼십년 넘게
근무하는 초등학교를

퇴직 하고 난 뒤에도
그 학교를 잊지 못해

매일 제 시간에  
일어나 평소 하듯이
학교에 출근하신다 했다

일찍 학교에 가서
운동장 한 바퀴 돌고

등교 하는 아이들
머리 쓰다듬어 주며

반갑게 아이들과
아침인사를 하고 나면

학교 주변에 있는
휴지 조각을 줍는 단다

그리고는  
다시 계단이며
화단 주변을 둘러보고

학교 앞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단다

아이들이
하교하기 시작하면  

횡단보도에 서서
교통 안전지도 하고

집으로 가는
아이들에게

웃는 얼굴로
잘 가라 하신단다

어느새
아이들 사이에서도

할아버지 교장 선생님으로
유명하단다

그렇게 오후 3~4시면
그제서 야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해맑은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집으로 간다고 한다

퇴직 후에도
십여 년 넘도록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동안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그의 초등학교를  
다시 다니셨단다

학교근처
카페는 작은 쉼터가
되어 주었고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보며  

수첩에
동시도 짓고
동화  쓰며
아이들 바라기였단다

팔십이 넘는
고령이 되고 보니

가끔씩
현기증 나는
날도 있지만

선생님은
여전히 집에 계시지
못하고 학교에 갔단다

그때마다
가족들은

어디를 그렇게
열심히 다니시냐고
물어도  

선생님은
괜찮다면서  

꼬박 꼬박
외출을 하셨단다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그 학교를 가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하시던
초겨울  어느 날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에
현기증이 나

겨우 학교에
도착해서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다른 날보다 일찍  
지하철역으로 향했고

조심조심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미끄러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단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병문안을
갔다 왔고
 
그 후
일주일 만에  

안타까운
비보와 함께  

교장선생님은  
팔십 칠세를 앞둔

그 겨울
우리 곁을  
떠나셨다

참 많은
생각이든 사연이다

한편으론
그 초등학교 아이들이
행복 했을 것 같지만 

또한 선생님의
부재를
알게 되면

아마도
아이들에게도
충격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평생을  

어린이를
사랑하시던

그 교장선생님의
사연은
귀감이 되어

지인들의
심연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건
사실이다

문득 문득  
기억 속에서
불쑥 튀어 나온다

그때
그 이야기들이

자꾸
돌아보게 한다

어린이를
좋아하셨던

아동문학가
교장선생님은

우리들
기억 속에 계셨다.

 


       20240814
ㅡjulia의 창가에서ㅡ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