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미의 속담그림 동화 3. >
『할아버지와 두꺼비 이야기』
#1.
소나기가 그친 오후였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림을 그리다 말고 화실 앞 텃밭으로 나가
잎이 커다란 토란 밭을 기웃거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풀잎 이슬에 젖은 두꺼비 한 마리가 발밑으로
‘폴짝 폴짝’ 다가왔습니다.
“어이쿠! 커다란 두꺼비로구나!”
#2.
누런 두꺼비는 ‘폴짝폴짝’ 화실 안으로 따라 오더니.
할머니의 빨간 장화 속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컬컬컬! 고놈 참~ 재밌네!”
할아버지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3,
식사 때면 식탁 앞에 와서 밥알을 받아먹거나,
작업실 한쪽에서 눈만 ‘말똥말똥’ 할아버지를 지켜보다
그림자처럼 ‘쫄랑쫄랑’ 따라 다녔습니다.
할아버지와 두꺼비는 점점 더 친해졌습니다.
#4
시원한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편찮아 보였습니다.
“콜록- 콜록! 에취!”
할아버지는 기침 때문에 그림을 그릴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힘없이 침대에 누워만 있게 되었습니다.
#5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에 사는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이- 보게 나, 자네, 집에 있는가!”
할아버지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 겨우 기운을 차렸습니다.
친구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자 깜짝 놀랐습니다.
#6
“아니! 자네, 어찌 된 건가!”
“자네 부인이 아들집에 손자 보러 갔다더니......!”
친구는 할아버지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기며
‘우리 집으로 가세!’
할아버지는 친구의 성화를 뿌리치지 못하고
친구를 따라 나섰습니다.
#7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조금 전까지도 곁에 있던 두꺼비가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두-껍-아! 두-껍--아!”
할아버지는 두꺼비를 한참 동안 찾았지만
두꺼비는 온데 간 데 없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8
친구 집에 갔던
할아버지는 봄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먼지가 자욱한 집안을 말끔히 치우고.
마당으로 나가려고 검정 장화를집어 들자,
새끼두꺼비 세 마리가 장화 속에서
‘다닥다닥’ 모여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야-고놈 참 귀엽다!”
#9
새끼 두꺼비들은 집안 밖으로
‘팔짝팔짝’ 부산스럽게 뛰어 다녔습니다.
몸집이 커다란 두꺼비도 보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집을 비운 사이
두꺼비에게 새 가족이 생긴 모양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더 기운이 ‘팔팔’ 생겼습니다.
#10
할아버지는 두꺼비 가족에게
튼튼한 새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두껍아, 두껍아, 새집에서
새끼들과 오순도순 오래오래 잘 살아라!”
할아버지는 다섯 마리 두꺼비 가족을
커다란 화폭에 밑그림을 그리고 열심히 채색을 하였습니다.
마침내 두꺼비 가족이 그려진 그림이 멋지게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11
‘딸랑딸랑’ 현관문에 걸린 방울 소리에 나가보니
빨간 우체통에 편지 한통이 웃고 있었습니다.
편지에는 ‘대한민국미술 대전 공모전’ 소식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동안 열심히 그려 두었던
두꺼비 가족 그림을
정성껏 포장을 하여 공모전에 보냈습니다.
#12
할아버지는
수선스런 화실과 텃밭을 청소하느라 바빴습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가을 공모전에 선생님 그림이 대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시상식에 참석 하라는 연락이었습니다.
#13
할아버지는 두꺼비들을 향해 소리를 쳤습니다.
“두껍아! 이 할 애비가 너희들을 그린그림이 대상을 받는단다.”
이웃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도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
#14
유난히도 맑게 웃는 할아버지의 목소리였습니다.
두꺼비들도 현관에서 화실로,
텃밭으로, 집 안 밖 여기저기 ‘폴짝 폴짝’ 뛰어 다녔습니다.
#15
할아버지의 들뜬 웃음소리와 두꺼비노래 소리는
햇살을 머금은 맑은 계곡물 소리가 되어
온 동네에 울려 퍼져 나갔습니다.
“ 껄껄껄! 껄 껄 껄!”
“ 꾸륵꾸륵 끄르르 꾸륵꾸륵 꾸르르!”
“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끝-
<홍성문학관/ 레지던스입주작품 2017.6.7월)
20180410
-julia의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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