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도시를 떠나는 느린 기차엔
무심한 시간들만 따라 나선다
가닥을 잡을 수 없는 사연들은
기억 속으로 하얗게 밀려 나 버리고
아직도 나누어야 할 이야기들만
허공을 향해 소리 없는 파문을 그린다
한 잔의 따뜻한 커피는 새벽을 데우며
무심한 거리의 허상에 물결들은
풀리지 않을 사연의 발원지가 되어
또 다른 하루밤의 꿈을 찾아 나서고
코끝에 매달린 진한 원두 향에 취해
원인모를 외로움을 애써 추스르며
스산한 간이역으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긴다
침묵을 깨우는 기적소리에
상념의 긴 터널은 스치운다.
-julia의 창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