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내리던 날.
그 날도
하얀 눈이
펑펑 내렸다
이른 아침부터
가만 있을 수 없어
털모자 털장갑도
끼지 않은 채
슬기네 집으로
후다닥 달려 갔다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들뜬 마음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을 눌렀다
"슬기~야!
눈 사람 만~들자."
슬기를
불러 보았지만
현관 문은 열리질 않고
한참을 기다리다
밖으로 나왔다
그때였다
슬기를
태운 이삿짐 트럭이
눈길 위에서
미끄러지기 시작 했다
"슬기아!
슬기야~"
슬기는 입을 꼭 다문채
차창가로
손만 흔들었다
회색빛 하늘에선
하얀 눈이
펑펑 내렸다
슬기를 태운
이삿짐 트럭만
뽀드득
뽀드득
눈길 사이로
멀어져 갔다
-julia의 창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