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문학/일반시

바람이 분다.

해맑은 미소 2009. 9. 15. 12:28

 

 

 

 

 

 바람이 분다.

                                    - 정경미-

 

 

잠이 덜깬 듯한

아침 바람은

주춤거리며 길을 따라 나선다.

 

 

에스라인을 그리며

달리는 도로 위엔

 

 

지난 가을에 다녀 온

영평사 구절초 무덤들

꿈틀꿈틀 시야를 좁히며 다가들고

 

 

나즈막히 들리는 음악처럼

철 지난 추억의 꼬투리만

바이올릿빛

바람이 되어

파란 신호를 기다리며 서성이는데

 

 

바람을 가르며 걸어오는

가을의 신부는

하얀미소 지으며

영혼의 안식을 향한

 순백의 꿈을 그린다.

 

 

 

 

 

- 090915 -